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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원리

과학적 관점의 인간

by deuga 202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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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체 구조와 구성 및 세포 내에서의 생명 활동과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생명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 유전자 게놈 지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와 의미를 동시에 파악하고 이해하고 설명하는 총체적인 인간의 정의를 내리는 것에는 과학적 탐구의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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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인간관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인간의 본질과 기원에 대하여 신학적, 철학적 탐구를 지속하여 왔다. 그러나 과학적 인간관은 인간을 물질세계의 한 부분이며 인과론적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로 이해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하여 수량화할 수 있는 특성들만을 탐구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관찰과 측정을 가능케 하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과학적 관점의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 역사적 고찰

 

고대과학은 자연과 천체의 외부 탐사를 통해 규칙과 질서를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우주와 지구환경의 질서를 이해하고 합리주의에 근거하여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 내부의 생명 활동은 결정론적 법칙을 따라 정해진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학적 특성에 의해 확률의 법칙을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합리주의에 근거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은 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비가시적 영역에 해당하는 마음 또는 정신의 다양한 개인차는 인과적 법칙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보다 진보된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근거해서 새로운 보편적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합리주의에 친숙한 우리는 자연히 외부 탐사에 더 관심을 두었다.

 

폴란드 출신의 성직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에 의해 출간된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서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신에 의해 창조된 인간 중심의 우주질서에 대한 반박이었고, 감각적 지식 이외에 개념과 추론을 통한 지식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에 의해 출판된인체의 구조(De humani corporis fabrica)는 파도바 대학에서 외과학을 강의하면서 직접 시신을 해부하여 자신이 보고 관찰한 내용들을 그림과 더불어 기록한 것으로 골격과 관절과 두개골, 근육, 심장과 혈관, 신경조직, 소화기, 흉부, 두뇌 등 모두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생명에 대한 과학적 내부 탐사는 바로 이 책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인체의 화학 구성요소인 DNA 염기들의 서열이 규명되었고, 세포 속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2. 인간 이해의 과학적 방법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방법서설(Discours de la methode)에서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학문의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해체와 분류를 통한 인식을 주장하였다.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을 조각조각 분해하는 방법이 인식에 도달하는 최선의 길이며, 조사할 문제를 가능한 한 많은 부분으로 나눌수록 더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이해하기 쉽고 또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기 때문에 쉽게 과학적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전체는 정확하게 부분의 합으로 이해될 수 있다.

 

생명의 영역에서는 이 모델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세포가 물론 분자, 더 작게는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분자들을 합쳐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세포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방법으로는 더 분해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친다면 이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는 시점으로 여기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적 탐구는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발전되어 왔다.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 의하면 인간은 생물학으로 동물 계, 사피엔스 종으로 분류된다(-동물, -척색 동물, 아문-척추동물, -포유동물,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 인간의 개별적 규정은 척추를 지녔고, 젖을 먹고 자라며, 상단에 눈이 두개 달려 있고, 커다란 뇌를 가진 영장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동물과의 차별을 통해 인간의 상대적 우월성을 나타내기 위해 인간에 의해 고안된 분류 방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분류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포와 그 구성 요소의 차원에서 다른 영장류와 구별하여 인식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시도하였는데 그러한 노력이 바로 유전물질인 염색체에 대한 연구이다.

 

3. 인체의 구조

 

1) 개체(Body)

과학적 연구는 개체에 대한 총체적인 관찰에서 출발하여 개별적인 신체 기관, 조직, 그 안에 있는 세포, 세포 안에 있는 분자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파악이 가능한 대상이 한 가지 확보될 때마다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조직생물학, 인간생물학 등과 같은 새로운 분과 학문들이 점차로 생겨났다.

 

개체는 인간의 가시적 존재 자체를 말하는데 그 가치는 다른 동물에 비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다. 다른 동물은 출생과 함께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삶을 찾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출생 후 일정 기간은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해야 한다. 스위스의 생물학자 포르트만(Adolf Portmann, 1897-1982)은 인간을 생물학적 조산아라고 표현하였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태어나서 1년 정도 지나야 유사한 포유동물의 출생 시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인체의 기관 자체도 다른 동물에 비해 모든 면에서 기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출생 당시 아기의 뇌 용량은 성인의 4분의 1도 채 안 된다. 침팬지는 40%가 넘고 송아지는 100%에 이른다. 독수리의 시력은 약 6.0으로 사람의 시력 2.0보다 훨씬 뛰어나고, 개의 후각은 사람의 1만 배가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의 후각 세포가 5백만 개인데 비해 개는 3억 개를 가지고 있다.

 

순수하게 화학적 분석만을 통해서 인간의 물질적인 가치만을 측정해 보면 비누 7장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지방, 중간 크기 정도의 못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철, 찻잔 7잔을 채울 만한 당분, 닭장 하나를 칠할 수 있는 석회, 성냥 2,200개를 만들 수 있는 인, 약간의 소금을 만들 수 있는 마그네슘, 장난감 크레인 하나를 폭파할 수 있는 칼륨, 그리고 개 한 마리에 숨어 있는 벼룩을 몽땅 잡을 수 있는 유황 이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2) 기관(Organ)

개체는 여러 가지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살리우스는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이 기관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 감각기계(Sensory system): 피부, , , , 혀 등 오감을 담당하는 기관.

- 소화기계(Digestive system): 구강, 식도, , 장관, 간 및 담도.

- 호흡기계(Respiratory system): , 기관지, .

- 심혈기계(Cardiovascular system): 심장, 혈관, 림프관.

- 비뇨기계(Urinary system): 신장, 요로, 방광, 요도.

- 신경계(Nervous system): 뉴런,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자율신경계.

- 생식기계(Reproductive system): 남성생식기, 여성생식기.

- 근골격계(Musculo-skeletal system): 관절, 근육, .

- 내분비계(Endocrine system): 시상하부, 뇌하수체, 각종 호르몬.

 

3) 조직(Tissue)

조직은 동일한 기능과 구조를 가진 세포들의 집단을 말하는데 개체를 분해하여 탐구하는 중에 기관과 세포의 중간에 기관과는 다른 세포들의 집단이 존재함을 발견하고 이를 조직이라 명명하였다. 프랑스의 의학자 비샤(Marie Francois-Xavier Bichat, 1771-1802)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밝혀졌으며, 구조와 특성에 따라 상피조직, 결체조직, 근육조직, 신경조직, 골조직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조직은행을 설립함으로써 기관의 기능을 개선하고 개체의 건강 유지와 수명 연장을 위한 시도가 점점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4) 세포(cell)

세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과학자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 1631-1723)가 현미경을 발명한 이후에 세포 단위의 미세구조를 관찰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체나 기관이 완전히 개별적이고 자기 완결적 유기체인 세포들의 집합체라는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밝혀졌다.

 

세포라는 말은 1838년에 식물학자 슐라이덴(Matthias Schlei-den, 1804-1881), 1839년에 동물학자 슈반(Theodor Schwann, 1810-1882)에 의해 각각 언급된 이후, 생명은 세포들로 구성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이후 피르호(Rudolf Virchow, 1821-1902)는 현미경을 통하여 세포 내부에 역동적으로 생장하는 더 작은 유기적 단위들이 존재한다고 발표하였다.

 

분해를 위한 장비와 도구들이 새로 개발됨에 따라 세포 내부와 생명 내부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을 축적하게 되어 더 작은 단위로의 탐사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포는 크게 세포막과 세포 내부구조로 구분된다. 세포막은 세포 내부의 물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며,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이온이나 분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조절하며,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를 통하여 다른 세포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받아들인다.

 

세포 내부의 구조는 가장 큰 세포 내 소기관으로써 DNA를 함유하고 있는 핵,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골지체(Golgi vesicle), 과산화소체(per-oxisome), 라이소좀(lysosome)과 같은 소기관들과 이들의 이동 공간을 마련해주고 세포의 모양을 유지시키는 세포질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말에 염기성 색소에 더 염색이 잘 되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염색체라 명명하였다. 인간의 세포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으며 각각의 염색체는 2중 나선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는 한 개의 DNA로 이루어져 있고, DNA에 대부분의 유전정보가 담겨져 있다. 한 세포의 염색체에 있는 모든 DNA를 게놈(genome)이라고 부른다.

 

세포의 기능에 대한 탐구는 19세기 말 부흐너(Eduard Buchner, 1860-1917)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부흐너는 생명의 능력은 세포 자체가 아니라 세포 안에 있는 화학물질을 통해서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이 화학물질을 효소라고 명명하였다.

효소는 촉매(catalyzer)로 자신은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반복해서 똑같은 반응을 일으켜 한 가지 효소는 오직 하나의 반응만을 유도한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와 생명의 탄생 및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학습하므로 모든 세포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효소의 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세포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세포막만을 제거한 다음 세포질을 분리하여 이를 용해시켜서 당, 지방 등과 같은 몇 가지 유기화합물을 발견하였다. 그중 계란 흰자와 같은 물질을 단백질이라 명명하였다. 앞서 언급한 효소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효소라는 명칭이 물질의 생물학적 기능에 근거해 붙여진 것이라면, 단백질이란 명칭은 물질을 분석적으로 증명한 결과 그 화학적 구성에 근거해서 붙여진 것이라 하겠다.

 

단백질은 효소로서 세포 내부의 화학반응 유발, 호르몬으로서 체내의 생리적 작용을 조절, 수용체로서 신호분자들과 결합, 항체로서 면역반응 조절, 통로로서 세포막의 투과성을 부여, 골 형성 단백질로서 뼈의 성장을 유도, 근육 단백질로서 조직을 견고하게 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단백질을 가수분해하면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단위로 세분할 수 있으며 이는 더 작은 유기적 단위인 분자들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세포는 거대한 분자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5) 분자(molecule)

두개 이상의 원자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모든 화합물을 분자라고 한다. 원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유를 통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들은 물체가 무에서부터 생겨날 수는 없기 때문에 끝까지 분해하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이를 원자(atom)라고 불렀다. 다양한 원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결합하여 다양한 분자들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과학의 진보는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원자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원자가 분열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쪼개진 조각들을 계속 분열시키는 데 사용되며, 여기서 에너지의 일부가 질량으로 바뀌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를 이용한 것이 원자폭탄이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원자들은 다시 소수의 기본적인 소립자들로 쪼개진다고 한다. 여기서 소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20세기의 물리학자들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3가지 기본형을 오래 동안 견지해 왔지만 소립자의 세계에 더 많은 구성단위들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4. 생명의 기원

 

1)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접근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과학이 신뢰할만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 르네상스 이후부터 활발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은 개체가 이미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져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전성설(preformation)이라고 하였고,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호문쿨루스(Homunculus=little man, 조그만 인간)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이미 작은 인간으로 완성된 호문쿨루스가 남자 또는 여자 안에 들어 있는데, 정자 안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정자론자라고 하였고 난자 안에 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난자론자라고 하였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한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여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후성설(epigenesis)이라 하였다. 수정란이 성체로 발전하여 닭이 되는 관찰을 통해, 생명이 아주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만의 독특한 형태를 완성해 간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후성설을 성서에 나오는 창조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즉 신의 권능 안에 포함시켜 사용했다.

 

물론 신이 창조 때처럼 직접 매 번 인간 창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vis vitalis)을 제공할 뿐이라고 하였다. 이 생명력은 18세기에 들어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개념으로 과학적 탐구 영역에서 생명력이라는 개념을 몰아내고 유전 요소에 의해 생명이 탄생한다는 학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공헌한 과학자들 중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과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이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2) 생명의 기원에 관한 과학적 실험 및 가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1922년 러시아의 과학자 오파린(Aleksandr Ivanovich Oparin, 1894-1980)이 원시 지구에서 생명이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지구의 원시 대기는 수소, 메탄, 암모니아와 같은 기체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 기체들이 지구 내부에서 분출되는 고온의 니켈, 크롬 등과 같은 금속들의 촉매작용에 의해 간단한 유기분자들로 변한 다음, 암모니아와 결합해서 점차 복잡한 질소 화합물로 변화하고, 이 질소 화합물이 바다에 농축되면서 외부 환경과 구별되는 독립된 내부를 가진 세포의 형태, 즉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후 1952년에 시카고 대학의 유리(Harold Clayton Urey, 1893-1981) 교수와 그의 제자 밀러(Stanley Lloyd Miller, 1930- )는 지구의 원시 대기가 환원성 대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 하에 플라스크 안에 원시 바다와 같은 상태를 만들어 놓고 이로부터 질소화합물인 아미노산을 만들어서 오파린의 가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오파린의 생명 기원설은 원시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원시 해양에는 많은 유기물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기 호흡을 하는 종속 영양 생물이 출현하였을 것이며, 이들에 의해 유기물이 감소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으로써 이를 이용하는 홍색 황세균과 녹색 황세균들이 최초의 독립 영양 생물로 출현하였고, 그 후 물에서 얻은 수소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는 식물류가 출현하였고,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됨으로써 이를 이용하는 육상 생물이 출현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오파린의 생명 기원설은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원시 대기가 환원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성과 화성의 탐사를 통해 산화성 대기인 이산화탄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지구의 원시 대기도 환원성이 아니라 산화성 대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산화성 대기 조건에서는 아미노산의 생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 인체의 형태

 

단 한 개의 수정란이 분열하여 수천 억 개가 넘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한 사람의 생명으로 탄생하는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인체의 조직 및 기관 등의 형태를 형성하려면 세포들이 단순히 분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시켜서 각각의 세포(피부세포나 혈액세포 등)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동질의 세포들끼리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염색체에 담겨진 유전 정보에 의해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유전공학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정자를 받아들인 난자는 분열을 거듭하며 모체 안에서 성장해 간다. 이렇게 성장하는 세포 덩어리를 배아(embryo, 내부의 싹)라고 한다. 생명체가 첫 번째 세포 분열 때부터 마지막 세포 분열 때까지 2배수로 동일하게 분열만 하는 것이 아니다. 3일간은 2, 4, 8개의 세포로 2배수 분열을 하지만, 16개로 분열할 때 배아의 가장자리에 있는 세포들과 중심에 있는 세포들 사이의 차이점이 나타나면서 단순한 세포 분열이 아닌 변화가 시작된다.

 

중심에 있는 세포들은 모든 면이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는 반면, 바깥쪽에 있는 세포들은 오직 안쪽 방향으로만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고 외부로는 수용체로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세포막 외부로 돌출시킨다. 이 수용체 단백질이 외부의 화학적 신호와 접촉한 뒤 정보를 내부로 보내 자신의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세포 내부를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안쪽 세포들은 태아로 발달하고 바깥 세포들은 태반과 탯줄로 발달하여 발생과정 중에 있는 태아의 생존을 돕게 된다. 배아는 계속해서 분열하지만 두 배수로 분열하는 것은 32 세포기를 마지막으로 그 다음부터는 2배수가 아닌 불규칙적인 숫자로 분열한다.

 

수정 후 5일이 지나면 배아는 원래의 장소를 벗어나서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내려가 착상할 자리를 찾는다. 수정 후 2주경에는 수백 개의 세포들로 이루어진 속이 빈 구형태를 갖추게 되며, 13일째는 착상을 완료하고 배아 내부에서 스스로 개체 형성을 위한 변화가 시작된다. 수정 후 3주경에는 원시선(primitive steak)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세포들이 원시선 주위로 이동하여 3층의 구조를 이루는 데 이를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라 부른다. 이 세 개의 세포층이 뚜렷이 분리되면서 각 층으로부터 신체 기관들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원시선이 나타나는 시점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점을 넘어서면 태아 조직은 더 이상 쌍태아를 형성할 수 없다. 만약 이 시점 이후에 배아가 둘로 분열한다면 그 순간 발생은 중단하게 된다. 수정 후 25일경에는 3개의 세포층은 비록 크기가 작지만 어느 정도 사람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23일 경에는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조직 안에 신경주름이 형성되고 이로부터 뇌의 발생이 시작된다. 6주경에는 손가락의 선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이때 손, , , 다리가 확연히 구분되면서 사람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수정 후 8주까지는 배아라고 부르지만 이제 9주부터는 태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게 된다. 난자가 배아가 되는 과정과 태아가 성장하여 아이가 되는 과정은 연속성이 있으나, 배아가 태아로 되는 과정은 불연속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현재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형태 형성과정을 살펴보면서 과연 언제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들이 있어왔다.

 

이성에 근거해서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시점을 정한다면 태아가 모체로부터 세상에 나와서 생존 가능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더 작은 태아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와 같은 시기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더욱이 배반포가 독립적 개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이해하면 할수록 단순한 세포덩어리와 생명체를 구분하는 시점을 정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배반포도 생명체로 인식하고 경외시해야 한다는 윤리적 견해가 점점 힘을 더해가고 있다.

 

6. 생명의 형성 과정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포들의 형태 형성은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브레너(Sydney Brenner, 1927- )는 세포의 기원을 중요시 하는 방식과 세포와 세포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세포의 기원을 중요시 하는 방식은 세포들이 전체적으로 자기 자신만 알 뿐 이웃한 세포들과는 소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난 세포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머물며, 그곳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발생과정을 밟게 된다. 만약 어떤 세포가 죽게 된다면 다른 세포가 그 세포를 대신할 수 없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방식은 세포의 기원보다 세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세포들의 본질적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세포들은 유동적이며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 세포들과 경쟁한다. 만약 어떤 세포가 죽게 되면 곧 다른 세포가 그 세포를 대신하게 된다.

 

게놈 프로젝트 덕분에 인간에게는 약 3만개 정도의 유전물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자의 경우 수천 개의 세포가 생존하기 위해 2만개에 가까운 규칙이 필요한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그와 비슷한 숫자로도 수천억의 세포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1983년에 매클린턱(Babara McClintock)은 개체의 유전물질이 유전적 활동을 감시하여 흔히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할 뿐만 아니라 특이한 사건을 지각하고 이에 반응한다고 하였다. 이는 게놈의 창조적 능력이라는 개념으로 유전자와 그 산물인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기존의 것을 해석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새로운 것을 형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분자생물학자들은 두 경우 모두 세포의 분열로부터 기관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어떤 유전적 조절 장치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초파리의 실험에서 배아의 마디는 성체의 체절과 같은 수인데 어떤 조건을 주어 배아 마디 하나에 돌연변이를 만들면 그 마디와 동일한 체절이 심하게 손상된 초파리가 형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특정한 신체 부위로 성장을 하게 하는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을 가능하게 하였고,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 물질을 찾고자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베이트슨(William Bateson, 1861-1926)이 육체의 형성 계획을 담은 유전자를 호메오 유전자(homeotic gene)라고 처음으로 명명한 이후 100년이 지난 현재의 과학자들은 정보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메커니즘의 장애일 뿐만 아니라 변이된 유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세포의 발생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부위도 발견하고 이 부위를 호메오 박스라고 명명하였다. 호메오 박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박스를 사용하는 것은 곤충만이 아니라 벌레, 개구리, 생쥐도 그에 상응하는 유전자 영역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은 유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고 그 단백질은 다시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그 단백질은 또다시 새로운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연쇄 반응에 의해 생명이 탄생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초파리의 연구를 통해서 각 체절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일을 담당하는 호메오 유전자인 정체성 결정 유전자(identity gene)와 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지배 단백질(master protein)에 의해 개체의 형태 형성이 이루어진다고 밝혀졌다. , 지배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다른 유전자를 결합시키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지배 단백질의 다양한 활동 패턴을 통해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초기 세포 덩어리에서 눈, , 날개 등의 발생 위치가 결정되고, 이로부터 정해진 형태 형성이 일어나게 된다.

 

호메오 유전자에 의한 개체의 형성 계획은 생명의 기원 시부터 세워져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여러 다른 종에서 유사한 도구를 통해서 각 개체의 형질과 특성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있다. 비록 호메오 박스의 형태에 있어서 각 종간에 유사점이 있기는 하지만 각각의 호메오 박스는 개체의 특성에 맞는 지배 단백질을 형성하고 그로 인해 개체의 독특성을 발현시킨다.

 

7. 생명의 완성

 

인간은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으면서 동시에 창조적 행위를 통해 거기에서 벗어나는 창조적 피조물이다. 유전자의 2중 나선구조인 DNA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분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DNA2중 나선구조는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두 개의 DNA로 분리된 뒤 세포 분열을 일으킨다.

 

세포가 둘로 갈라지는 이유는 첫째, DNA 분자와 단백질이 분리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이 스스로를 보전하고 완성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세포 분열을 통한 분리작용에 대하여는 상당 부분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다. 그러나 생명 스스로의 완성 부분에 대하여는 아주 미미하게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 생물학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었다. 모든 개체가 정체성 결정 유전자의 정보를 활용한다는 사실과 동시에 지배 유전자에 패턴이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유전자는 발생 초기에 활성화되어 특정 세포가 무엇으로 발전할지를 결정하게 되고, 지배 유전자의 패턴은 성장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더 뚜렷한 형태, 즉 조직과 기관을 만들어 간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요인은 유전자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태초에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변화하는 환경 가운데서 보다 나은 상태로 완성되어가는 것은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개체의 독특성을 지닌 인간은 태초부터 형성된 그대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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