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바라보는 아버지는 너무 엄격하셨고, 답답하고 외롭게 살아 오셨다. 하지만 수많은 희생을 즐겁게 감당하셨고, 예수님처럼 살아오신 한 평생이었다고 하였다.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한 적도 없으시고, 하나님의 영광된 가문을 위해서 기도하신 분이셨다. 자녀들에게 가훈으로 신의, 성실, 청렴, 조화의 일관된 삶으로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30여 년 전에 혼자가 되어 외롭게 사셨지만 마음만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 하셨던 결코 외롭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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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으로 만난 사람들은 인생의 고비마다 지혜를 주시고, 먼저 손 내미시고, 어떠한 만남이든지 그냥 흘려보내는 일이 없으시고, 끝까지 맨토가 되어주신 분이셨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기시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시는 분이셨다. 안과학 분야에서는 학문적 연구를 위하여 후학들을 지도하셨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의사가 될 것이며, 여성 발전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하셨다. 일에 대한 열정, 사명감에 불타는 직업의식,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으시는 시간관념, 절제와 꾸준한 단련을 통하여 건강을 관리하신 분이셨다.
사회의 모든 문제는 영적 피폐에 원인이 있는데 그 근원에 대한 치유 없이는 우리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그 해소 방안으로 종교적 힘을 학문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셨다. 안과학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로 사회에 봉사하는 인물이 되라고 하셨다.
교육철학은 이화대학의 교훈인 진선미, 즉 과학적 지식의 교육과 종교적 지혜의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셨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한 농·어촌 순회 진료와 대학에서 시작한 순회 의료봉사의 시초로 봉사활동 교육에 앞장서신 분이셨다. 선생님은 생의 마감을 교단에서 강의하시다 순교하시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셨다. 평생 소망이신 치유선교학과를 건양대 대학원 과정을 허락하시고 초대과장과 석좌교수로 강의하셨다. 학문으로 만난 사람들은 한평생 교육자로, 신앙가로, 자기 위치에서 충실하고 봉사하는 의사로, 청렴하고 성실한 지도자로 사셨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20여 년 전부터 성경을 기초로 질병을 연구하셨던 선각적인 지혜가 있으셨다. 많은 육체적 질병이 마음으로부터 연유된다는 Psychosomatic Disorder에 대해 역설하셨다. 마음의 상태와 육체적 질병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예수님의 사역을 본받아 영안과 심안, 그리고 육안을 여는 현장으로 나아가서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병원을 세우는데 매진하셨다. 진료·치료·수술을 통해 육안을 열고, 상담을 통한 격려·위로·도움을 통해 심안을 열고, 말씀·기도·예배를 통해 영안을 여는 전인적인 치유사역을 목표로 시작하셨다.
치유는 곧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예수님의 치유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로 치유의 개념과 그 포괄적인 범위를 우리에게 가르치시고 그 일을 실행하도록 격려해 주셨다. ‘자녀는 나의 육신의 계승자요, 제자는 내 정신의 계승자니 내가 죽으면 나의 관을 제자들이 들어주었으면 한다.’ 는 말씀을 늘 하셨다. 치유선교학과가 아직 교실로서의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다.
특별히 교실이란 학문으로 맺어진 가족과 같으므로 스승을 존경하고, 선배 말을 따르고, 후배를 사랑하고 부족한 것을 잘 이끌어 주는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교실 안에서는 학문하는 태도, 언행, 예의범절 등에 엄하셨고, 교실 밖에서는 제자들의 어려움을 일일이 보살피는 자상하신 선생님으로 많은 졸업생들의 존경을 받았다.
사역으로 만난 사람들은 ‘교수님은 무슨 일을 시작하시든지 원리원칙을 고수하시고 기초를 바르게 다지면서 한꺼번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고 하셨다. 치유선교학은 신학적 바탕 위에서 심리학적 배경과 상담학적 배경의 뒷받침과 의학적인 이론을 통합하여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한 새로운 학문이여서 직접 연구하시고 신학자들의 감수를 받으셨다. 인간이해를 바르게 정립해야 학문의 목적과 방향이 제시된다고 하시면서 전인치유에 대한 인간이해를 총체적 치유의 관점에서 쉬지 않고 연구하셨다.
몸은 의학적인 접근으로, 마음은 심리학과 정신의학과 상담학적 접근에서 그리고 영은 신학적인 배경에서 이해하며, 모든 영역은 팀 사역을 해야 되는 것이 치유선교학의 기초적인 이해이며 전제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기독의사, 장로, 학자로서의 인생을 사셨다. ‘결혼은 한번만 하는 것’ 이라고 하시며 평생 재혼하지 않으시고 혼자 사셨다. 산책하실 때는 등 뒤에서 외로움이 보였지만 조용히 삭히시고 ‘모든 것이 좋다’ 하시면서 자신을 극기하신 분이셨다. 또 몸과 마음과 영혼과 환경을 치유하는 총체적 전인치유 선교사들이 많이 양성되길 기대하셨다.
특별히 겸손하셔서 손수 1층 현관까지 부담스러운 배웅으로 생활교육을 실천하셨다. 박사님은 의학을 하고, 신학을 하고, 상담심리와 사회복지까지 포괄적으로 이해력이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후임을 맡아 후학들을 양성하길 기대하였다. 박사과정 개설을 앞두고 환경과 여건상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되고 안 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고 일단 서류 작성하여 올리세요. 우리는 믿음으로 사는 자입니다”고 하시며 손수 믿음으로 행할 것을 교훈하여 주셨다.
선생님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내적,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전환경적 치유분야에서 사역하는 의사, 신학자, 목회자들의 연구모임을 위한 치유선교학회(Healing Mission Academy)를 창립하셨다. 이 학회의 목표는 타락하고 병든 인간과 사회를 회복하여 ‘새 하늘과 새 땅’, 즉 하나님 나라 건설임을 밝혔다.
선생님은 인격과 신앙의 일치점을 보이신 유일한 분이시다. 치유의 대상이 되는 기독교적 인간에 대한 이해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몸과 마음과 영으로 구성되나 분리할 수 없는 전인(Whole Being)으로 인식하셨다. 이런 관점에서 전인적 질병을 가져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죄’이므로 이를 깨끗하게 하고, 이를 회복시키는 과정이 치유이고 구원인 것으로 보셨다. 사람의 몸은 물질을 먹어야 살고, 마음은 사랑을 먹어야 살고, 영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산다고 하시며, 병상에 계실 때에도 ‘치유선교학 국제 세미나를 열어야 된다.’ 고 말씀하셨다.
사역자로서 만난 사람들은 의사로서 교수로서 돈독한 신앙의 선배로서 존경을 받으셨다. 학자인 성격, 정직하고 깨끗한 인격, 사랑이 넘치는 인자하신 언행에 예수의 냄새가 나고 간디의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박사님이 남겨주신 비전은 전인치유, 생명윤리, 의료선교였다. 일보 선생님의 지혜와 믿음과 실천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기 원하는 후학들에게 늘 귀감이 되고 있다.
신앙으로 만난 사람들은 아버지 같이 인자하시고 ‘이게 누구야~’ 하시던 모습과 꽉 쥐어 주시는 따뜻한 손을 기억하였다. ‘사람은 돌보고(care), 하나님께서 고치신다(cure).' 는 교훈을 해 주셨고, 믿음의 확신에 찬 기도를 통하여 힘과 용기를 주셨던 분이셨다. 꼿꼿한 자세, 자애로운 눈길, 온화한 미소, 따뜻한 손길, 그야말로 하나님 앞에서 온 마음을 다하여 드리는 기도는 늘 특별한 분으로 기억하였다.
주님과 함께 걸었던 일보 이명수 박사님의 삶의 노래를 읽고 많은 것을 교훈 받았다. 일보 이명수 박사님의 철학은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일보라도 매일 전진하라. 옳은 일이라면 혼자서도 가라” 이다. 돌아보면 나의 삶은 여러 우물을 팠고, 게으르고 언제나 뒷걸음만 쳤고, 옳지 않는 일에도 휩쓸려 다니는 헛된 지난날이었다.
나의 약함을 지금이나마 발견하였으므로 오히려 일보 이명수 박사님의 그늘 밑에서 참 평안을 누리며 쉼을 얻길 소원한다. 도저히 닮을 수 없는 분이시지만 감히 ‘제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다. 다른 것은 몰라도 치유선교에 대한 열정만큼은 뒤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비록 생전에 뵙지는 못하였지만, 신앙의 사람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꼈던 그 분의 손을 한 번도 잡아보진 못하였지만, 감사하게도 마음으로 다가와 예수님처럼 손 내미시는 일보 이명수 박사님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치유선교학과에 ‘참 잘 왔다’고 하시며 인자한 미소를 느낄 수가 있었다.
치유신학분야에 관심이 많아 더 공부하고 싶었는데 부족한 저를 제자로 삼아 주셨으니 앞으로 어떻게 제자의 도리를 다 할까?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자녀들이 느꼈던 것처럼 신의, 성실, 청렴, 조화의 일관된 삶으로 바르게 살아가고 싶다. 학자들과 함께 하셨던 분들처럼, 또 사역자들과 함께 하셨던 분들처럼 나 또한 신앙과 인격의 일치를 보이고, 맨토가 되고, 한 번 맺은 인연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이웃을 돌아보는 사역자로 그 분을 닮아가고 싶다.
일보 이명수 박사님께서 후학들에게 숙제로 남겨 두신 전인치유에 대한 인간이해를 총체적 치유 연구에 미력하지만 동력할 것을 굳게 결심해 본다. 그리고 치유선교대학원의 꿈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길 위해 늘 기도하며, 또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참고]
이명수 건양대 치유선교학과 석좌교수
2009년 향년 90세로 소천.
안과 전문의, 한국교회 의료선교와 치유선교학 분야 개척
1985년에 실로암안과병원 초대원장 역임
의료 선교 활동: 한국기독의사회(1965)와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의 초대회장(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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